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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썰] 엄마와 연을 끊는 게 답일까요

_유영_ 2022. 2. 22. 19:10



* 예전에 제가 졸업한 대학교 커뮤니티에도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다시 올립니다. 20대 중후반 남자입니다. 무난하고 겉으로 보기에 화목한 집안인데 어렸을 때부터 엄마랑 유독 사이가 안 좋았어요. 특히 올해 초에 있었던 일이 기폭제가 되어 반년째 엄마랑 말을 안 하고 있는데요. 다음 달에 독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한 마음에 조언을 구하고자 여기에 글을 올립니다. 올해 초에 제가 원하던 곳에 입사를 했어요. 한 달 동안 연수를 받고 집에 와서, 짐을 풀면서 가족들이랑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그런데 엄마가 제 말을 전혀 안 듣고 자기 할 말만 하시길래 왜 그렇게 아는 체를 하시냐 말했더니 기분이 나빴는지 갑자기 개새x 씨x새x 욕을 퍼부으면서 집에서 꺼지라고 하시더라구요. 내가 뭘 위해서 달려왔을까, 순간 맥이 탁 풀렸어요. 그때부터 엄마하고 말을 안 하게 됐어요. 단지 그 단편적인 사건 때문이 아니라, 돌아보면 이십 몇년 동안 저를 너무 막대했어요.. 틈만 나면 소리지르고 욕하고 안 받아주면 자살하겠다고 하고. 제가 애기 때부터 저 앉혀놓고 아빠와 아빠 식구에 관한 모든 불평불만을 저한테 쏟으면서 머릿속의 이상적인 가정상을 파괴시켰어요. 또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저를 북돋아주기는커녕 질책으로 일관하면서 저를 위축시키고 자존감 낮추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본인 인생에서 힘든 부분이 항상 저보다 우선해서, 제 상처는 쉽게 묵살당했어요. 저도 성격이 사회성도 부족하고 사람들하고 원활한 소통에 애를 먹는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부정적인 말과 태도로저를 도배해서 그런 것 같은 피해의식이 너무 커요. 회사 다니면서 사회생활 안에서 저의 모남과 꼬임이 엄마로부터 유래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밝고 활발한 동기들을 보면서 제가 극복할 수 없는 벽이 있다고도 생각했구요. 사춘기도 아닌데, 이렇게밖에 생각 못하는 저 스스로도 너무 괴롭습니다.. 얼마 전에 술 마시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가던 길에 제가 졸업한 대학교를 지나는데 가는 길 내내 펑펑 울었어요. 몇 년 전 수시를 치고 합격을 확신하며 나오는 저를 엄마가 처음으로 세상 행복한 미소로 바라봤거든요. 충분히 저에게 애정 표현을 하고 저를 격려해줄 수 있는 사람인데 제가 당신 웃게 해드리려고 전교 1등도 하고 대기업도 들어가고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왜 제가 뭘 하면 단 한 번도 "수고했다"는 말을 안 해줬는지. 왜 제가 집에 들어갈 때 단 한 번도 "고생했다"는 말을 안 해줬는지. 왜 저한테 단 한 번도 "사랑한다 우리 아들"이란 그 쉬운 말을 안 해줬는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살면서 남들은 다 느끼는 모성을 못 느끼면서 살아왔는지 원통하더라구요. 저를 사랑하는 것 같기는 해요. 지금 말을 안 하는 상황이지만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저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맨날 밥 해주고,저한테 필요해 보이는 옷이나 약, 물건 같은 거 있으면 사다주고.
그런데 얼마 전에 <안녕하세요>에서 이영자 씨가 울면서 왜 그런 말을 했잖아요. 부모는 무조건 자식한테 사랑한다고 표현해야 한다고. 안 그러면 모른다고요. 그 말이 자식에게 뿌리가 돼서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고. 그런데 저한테는 그 뿌리가 없어요. 특히나 엄마를 마음 속에서 삭제하기로 다짐한 올해 초 이후로 마음의 구멍은 더 커졌어요. 그래서 이제는 엄마에 대한 감정이 애증인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건지도 헷갈려요. 다음 달이면 독립을 합니다. 평생 엄마를 안 보고 살면 나중에 후회하긴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엄마를 보는 게 제게는 고통이고 고문이에요. 너무 괴롭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m.pann.nate.com/talk/342616231

엄마와 연을 끊는 게 답일까요

* 예전에 제가 졸업한 대학교 커뮤니티에도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다시 올립니다. 20대 중후반 남자입니다. 무난하고 겉으로 보기에 화목한 집안인데 어렸을 때부터 엄마랑 유독 사이가 안 좋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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