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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썰] 저는 부모하고 인연을 끊었답니다

_유영_ 2022. 2. 21. 18:19

https://m.pann.nate.com/talk/360535660?order=B

저는 부모하고 인연을 끊었답니다.

댓글과 조언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 스스로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최면을 걸며 살았던 것 같아요.내 생각이나 감정은 다 쓰레기 같은 거고(부모의 말이 내 생각으로 박혀버린 듯), 부모가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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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모하고 인연을 끊었답니다>
00 |2021.06.16 16:27
조회 90,902 |추천 495

댓글과 조언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 스스로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최면을 걸며 살았던 것 같아요.
내 생각이나 감정은 다 쓰레기 같은 거고(부모의 말이 내 생각으로 박혀버린 듯), 부모가 동그라미를 네모다 라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 네모라고 내 생각을 조작했고, 저게 아직도 동그라미로 보이는 나를 증오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세뇌였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면서 너무 괴로웠습니다.
부모가 나를 때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도, 다 이유가 있고, 나 잘되라고 그런 거라고.
통장째 맡겼던 돈을 안 줘도 부모가 그러라면 그런 거라고. 그래서 부모에게 잘못했다고 빌고 살았네요.

순종하며 살았던 건, 착하다는 소리를 듣거나 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걸 반박하는 순간 죽임을 당하거나 시끄럽고 복잡한 일을 겪을 거라는 원초적인 공포에서 였던 것 같아요. 댓글을 달아주신 어느님의 말씀처럼 어린시절 발이 묶인 코끼리가 산만큼 커진 코끼리가 되고 발이 안묶어놔도 주인을 무서워하는 것 처럼요..

연을 끊기가 더 어려웠던 건, 그동안 노력하고 애쓴 것들이 다 물거품이고, 허사였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싫어서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이미 50이 넘어버린 내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 억울하다 이런 기분으로 더 절망적일 것 같아 무서웠거든요.
하지만, 이 나이에도 못 끊는다면 정말 내 인생이 쓰레기가 될 것 같더라구요.
하루를 살아도 편하게 숨 좀 쉬어보자라는 마음으로 황혼이혼을 한다는 분들처럼, 제 부모와의 연을 정리하자 했지만, 남아있는 감정의 찌꺼기들이 잘 안빠지네요.
그래도 때릴만 했는데 안 때린 적도 있잖아. 잘해줄 때도 있었잖아(그걸 전체라고 최면을 걸면서)

고구마 드셨다는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구요, 조언과 질타를 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보다 어리신 분들이 대부분이실텐데..답답한 아줌마 좀 구제해 줘야겠다는 진심어린 조언들에 감사드리고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혼란스러웠는데 정신이 좀 맑아지는 것 같고, 다시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분 한분의 말씀들 꼭 기억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평안한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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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

저는 부모하고 인연을 끊었답니다.
누군가는 돌을 던지고, 누군가는 폐륜이라 하고, 불효를 운운하겠지요.
알콜중독에 오빠와 나를 패고, 새벽녘까지 꿇어 앉혀서 설교를 늘어놓고, 매 맞은 다리에 안티프라민을 발라주는 아버지 옆에 앉아서는 “세상에 니네 아버지 같은 사람 없다.”며 현모양처의 표정으로 말하던 엄마.
네, 물론 엄마도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고 살았어요.
단, 오빠나 내가 맞지 않는날, 우리가 맞는 날은 엄마가 안맞았고, 엄마가 맞는 날은 우리가 안맞았어요.
점점 날이 가면서
엄마는 아버지의 조력자로서 역할을 했고, 우리는 거의 매일을 맞았지요.
그 와중에도 편애는 있었는데 엄마는 오빠가 잘생기고 공부도 잘한다면서 자랑스러워했지만, 딸인 저에게는 못생기고 머리가 둔하고 지 아버지 닮아서 성격이 괄괄하다며 혀를 차곤 했죠.
낮에는 엄마에게 무시나 조롱을 당하고, 밤에는 아버지에게 맞았어요.
엄마는 아버지에게 맞는 저나 오빠를 막아주거나 보호해준 적이 없어요.
간혹 오빠가 아버지 눈 밖에 날까봐, 아버지에게 미리 애교를 부리고 주제를 바꾸면서 비위를 맞추어 주긴 했지만, 낮에 제가 했던 일에 대해서 아버지에게 고자질(생리대를 아무데나 둔다.중2때 처음 생리를 하던 기간, 공부를 안한다 등)을 해서 제가 치욕을 느끼게 하고 두들겨 맞게 했죠.
아버지가 오시기 전에 오빠랑 싸웠는데. 제가 오빠한테 대들어서 싸운거라고(저는 억울하지만) 말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뜨거운 물을 제 몸에 뿌리는 바람에 저는 온몸에 2도 화상을 입고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죠.
저는 아버지에게 죄송하다고 빌었고, 엄마를 원망조차 할 수 없었어요.
아버지나 엄마의 눈 밖에 나는 순간 제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이미 제 몸과 정신에 박혀 버려서 무섭고 아파도 잘못했다고 비는 게 삶이었어요.
아버지의 폭력과 엄마의 치맛바람 속에서 시골학교에서 우등생이던 오빠로 인해, 기대에 부푼 아버지와 엄마는 그당시에도 8학군으로 유명한 강남에 입성하게 되었습니다만, 오빠는 성적이 곤두박질하며 부모를 실망시키고 분노 유발자가 되어 새벽마다 두들겨 맞았어요.
저는 아버지의 왕주먹의 고통을 알기에. 맞지 않으려 죽어라 공부했구요.
아버지를 생각하면 주먹이 생각나고, 그 주먹이 저를 갈기면 제 머리뼈가 갈라지는 것 같았어요. 아픈 수준이 숨을 못쉬고, 머리 속이 하얘지고, 무서워서 죽을 것 같은 공포를 주었거든요.
성적이 바닥이던 저는 맞아 죽느니 공부해서 이 집구석에서 도망치자라는 심정으로 공부했고, 성적이 어마무시 오르네요. 아버지는 흐믓해 했지만, 엄마는 제가 안그래도 힘든 오빠를 기죽인다며 비꼬고, 너 때문에 오빠가 더 힘들다며 죄책감으로 저의 기를 죽이곤 했어요.
성적이 안좋았던 오빠가 재수를 해서 지방대에 간신히 합격하자, 한창 우등반에서 승승장구하던 고2경 이사를 가버리네요. 통학시간 5-6시간을 지옥철에서 보내며 성적은 떨어지고,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게 되었어요.
취업을 하니 이제는 결혼자금을 모아놔야 한다며 월급을 통장째 맡기라고 엄포를 놓던 엄마는, 6년간 모아둔 돈을 한푼도 주지 않았어요.
차라리 집안 형편이 안좋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어느 여자가 결혼할 때 돈을 갖고 가니? 너 키우느라 학비고 뭐고 들어간 게 어딘데?”라며 오히려 들어간 돈이 더 많다고 소리를 지르네요.
네, 알몸으로 결혼했고, 그 비참함과 미안함에 결혼생활도 쉽지가 않았네요.
결혼하고 부모와 인연을 끊으려 했는데 오빠가 제가 결혼하고 얼마 후에 가출을 해버리네요.
미운 부모지만 약한 모습을 보이니, 제가 마음 고쳐먹고 효도하자라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어요.
그분들을 위로하면서 해외여행, 국내여행, 대소사 명절, 수시로 방문과 용돈, 행정처리..등등을 지원하고, 시간만 나면 찾아가고 안부를 살폈네요.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은 아니지만, 자식도리니까...
왜 그랬을까요? 아들에게 기대하며 살았던 그 분들이지만 나를 낳아 준 내 부모아닌가?
나도 자식으로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고, 혹시나 나에게 그동안 행했던 일들 때문에 마음아파하시지 않을까.. 오히려 더 조심했네요.
그렇게 물심양면으로 노력했고, 내 마음을 추스르며 부모자식간의 간극을 두지 말자, 과거는 잊자 라며 스스로를 타이르며 살았어요.
그런데 정말 배려가 권리가 되어버리네요.
당당하게 해외여행을 요구하고 여행지와 상품선택, 용돈 액수, 친인척들에게 내가 해야 할 도리, 내 아이들에 대한 간섭을 비롯해서, 마치 자신들이 나를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마냥, 존경받아 마땅한 부모들로 둔갑해버리네요.
혼란스러운 가운데 오빠가 가출 20여년 만에 돌아왔어요.
엄마의 눈빛은 다시 싸늘해졌고, 명령조로 용돈과 해외여행비용을 지시했고, 부모의 안부를 확인하거나 돌보는데 나태하다며 전화로 호통을 치거나 욕을 하기도 했어요.
돌아보니, 내 나이 50이 넘었는데..
언제까지 마뜩잖은 자식으로 평가를 받으며, 심신이 무너지며 살아야 하는지..
오빠가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내가 결혼을 하자마자 신혼도 끝나지 않았는데 가출을 해버리고, 나 혼자 이 부모의 자식으로서 살아야 하다니..
이것이 내 운명이라고 받아들이자 했지만, 이제 너무 힘든거죠.
여전히 알콜에 쩔어서 횡설수설 하는 아버지를 외면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죠..
“엄마 저를 위해서 희생하거나, 사랑하신 적 있으세요? 저는 엄마가 저를 미워해서 너무 무서웠어요” 엄마는 혀를 끌끌하면서 이러네요 “ 난 널 사랑하거나 희생한 적은 없지만, 미워한 적도 없다. 어째 너는 니 애비랑 똑같냐..언제까지 과거 얘기할래?” 제가 엄마를 원망하며 이야기 한 것은 단언코 처음이었어요. 저는 아마 “니가 많이 힘들었구나. 내가 몰라줬네. 니가 할 만하니까 이렇게 하는 줄 알았다 등” 미안하다는 말을 안나올걸 알지만, 내가 힘들었음을 알아주리라 기대는 했었네요. 그러나 돌아온 답은 너무나 아팠어요.
그래서 “엄마, 엄마가 저를 사랑했었던 적이 기억이 나면 그 때 다시 전화드릴게요”라고 끊었죠. 그게 1년 전이에요.
얼마후 오빠에게 전화가 와서, 오빠는 아버지 때문에 힘들었겠지만, 나는 때리는 아버지 보다 아버지 편에 서 있던 엄마, 나를 조롱하고 멸시하던 엄마가 더 힘들고 무서웠다. 라고 하자 오빠는 제게 “니가 단단히 미쳤구나, 어디 엄마를...”하며 분노하며 끊네요.
그래요. 그렇게 연락을 끊고 무섭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하며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1년 이면 가라앉을 줄 알았거든요.
친구들이 “그래도 부모인데 어떻게 연을 끊냐, 니가 다시 마음을 고쳐봐”라고 하는 말에도 더 이상 화도 안나요. 그런데 여전히 심장이 벌렁거리고 죄책감과 분노에 힘들어요.
경험있으신 분이 있다면 좀 나누어 주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